8월 21일(목요일)
간밤에 선교사님은 또 다시 공항으로 손님을 맞으러 나갔다. 미국에서 목회하시고 남미 지역 신학교들을 순회하며 강의하시는 윤사무엘 목사가 브라질을 출발하여 밤 12:00에 공항에 도착했다가 오늘 오전 10:00에 다시 볼리비아로 가기 때문에 하룻밤을 아순시온의 신학교에 와서 잠깐 자고 가는 길이었다.
선교사님들은 우리 부부처럼 꽤 긴 시간을 같이해야 하는 일도 있지만, 이와 같이 잠깐 도착했다가 떠나는 사람들도 함께해야 하는 피곤함도 있었다.
아침식사를 같이하고 윤목사가 공항으로 나갈 때 나도 함께 나갔다.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만났다가 헤어지는 일이었다. 윤목사가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는 최선교사님은 잠깐이지만 그 얼굴에 서운함이 서려있었다. 늘 공항에서 보내는 입장이 되면 그것이 참으로 마음 한쪽이 서운함이 있다는 것이다.
오후 3:00부터 5:00까지 한국인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했다. 어느 한 학생은 질문할 것이 너무 많았는데 다른 학생들은 그 질문 때문에 들어야 할 것을 듣지 못한다고 불평한다.
멀리 한국에서 온 목사의 강의가 그들에게는 아주 귀한 시간이었던 것 같았다.
그리고 또 학생회장으로 섬기는 장로님은 다시 저녁식사를 대접하겠다고 나선다. 주의 이름으로 섬기고 대접하겠다는 그 마음을 결코 가로막을 수 없다. 복음을 전하는 자를 늘 섬기고 대접하면서 하나님의 큰 복을 체험한 장로님은 또 다시 섬길 수 있어서 기쁘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.
그리고 식사시간 내내 자신은 음식을 잘 먹지도 않으면서 교회의 일과 자신의 신앙생활 이야기를 널어놓는다.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예수를 믿을 수 있게 된 배경과 교회에서 섬기고 있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참으로 귀한 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.
장로님은 개인적으로 볼 때 아주 경상도 사나이로서의 터프한 면이 있었고, 과거에는 주먹도 휘두른 분이었지만 주의 은혜로 바른 신앙생활을 하고 교회 안에서 충성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. 그리고 오히려 교회 안에서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 모든 것을 오직 목회자 중심으로 평화를 만들어가는 peace maker였다.
시장에서 도매상을 하는 생활인이면서 또 교회 안에서 장로로 시무하고, 그리고 또 신학교에서 학생으로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는 모습은 그 남은 일생을 귀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.
교회 안에서 변화된 사람의 모습, 그리고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평화를 만드는 사람(peace maker)이 있다는 것은 가장 큰 행복이다. 이 장로님이 시무하는 교회가 아순시온에 있는 한인교회 중에서 가장 큰 교회를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뒤에서 숨어 섬기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생각하게 되었다.
한 교회 안에서 목회자가 다른 교인들을 잘 섬기는 사람도 필요하고, 또 최선교사님처럼 국제적으로 여러 목사님들을 잘 섬기는 일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더욱 생각하게 되었다.